서론
최초의 직접 치수복조술(direct pulp capping)은 1756년 독일의 교과서에 처음 등장했다. Gold foil을 이용한 최초의 증례 보고 이후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한 치수복조술 시도가 있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고, 치수 노출은 곧 치수괴사로 이어진다고 여겼다. 그러나 1930년 이후 Hermann에 의해 수산화칼슘 제재가 치수복조제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생체 친화적인 치수반응이 입증되면서 20세기 중반까지 치수복조제의 ‘Gold Standard’로 여겨져 왔다[
1]. 그러나 알려진대로 장기적인 임상 결과의 한계로 인해 생활치수치료는 더이상 선호되지 않았고, 미성숙 영구치에 한정되어 고려되었다. 그러던 생활치수치료가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다.
노출된 치수에 재료를 덮어 치수생활력을 유지하는 큰 틀은 동일하지만, 임상 술식의 세부적인 내용은 많이 달라졌다. 현미경을 사용하여 치수를 살피고, 칼슘실리케이트 제재의 시멘트를 사용하여 치수복조를 시행함으로써 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2]. 유럽근관치료학회(European Society Endodontology; ESE)의 용어를 빌리자면 ‘Enhanced Protocol’로 시행한 생활치수치료는 기존의 생활치수치료와는 달리 예후가 좋다.
향상된 술식(enhanced protocol)의 생활치수치료는 예전에는 금기증으로 여겨졌던 성숙영구치에서도 우수한 예후를 보이고 있고, 여러 논문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 미성숙 영구치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미성숙 영구치, 아직 완전히 맹출하지 않은 치아를 치료해보면, 실제 치료 과정은 훨씬 까다롭고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성공할 것 같았던 미성숙 영구치에서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생활치수치료의 향상된 술식에 대해 정리하면서, 미성숙 영구치의 치료 증례를 통해 실제 임상에서 필요한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미성숙 영구치의 특징과 고려사항
영구치는 만 6세때 제1대구치가 처음으로 맹출하고, 전치, 소구치, 제2대구치 순으로 구강내에 맹출하게 된다. 치근이 닫히지 않은 미성숙 영구치는 치근 성장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맹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우식에 이환되기 쉬운 조건을 갖는다.
미성숙 영구치는 해부학적으로 넓은 치수강과 돌출된 치수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성인이라면 단순 수복으로 끝날 크기의 우식이라도 미성숙 영구치에서는 치수까지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아질의 두께가 얇고 상아세관은 넓기 때문에 우식이 생기면 진행 속도가 빨라 치수 침범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해부학적 특징은 생활치수치료의 빈도를 높이는 조건이 된다.
반면에, 맹출 중인 미성숙 영구치는 이차상아질을 만들면서 치근을 형성하고 있다. 넓은 치근단 공을 통해 풍부한 혈류와 양분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미성숙 영구치의 치수는 혈류 공급이 우수하고 세균 저항성이 높을 뿐 아니라 줄기세포로 분화될 가능성 또한 높은 조직으로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생활치수치료를 하는 경우, 성숙영구치에서보다 놓은 예후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성숙 영구치는 완전히 맹출되지 않은 상태가 많다. 치경부가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러버댐 장착이 어려워 무균 환경이 필수인 치수 치료에 있어서 불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분명 법랑질을 포함하는 치관부의 우식이고, 성인이라면 접근에 어려움이 없을 위치임에도, 완전히 맹출 되지 않아서 우식이 치은 하방에 존재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완전한 격리뿐만 아니라 이후 수복을 어렵게 만들어 예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식이 깊고 치료가 어렵다고 쉽게 발치를 선택할 수도 없다. 아직 성장중인 아동에게 임플란트를 할 수도 없고, 발치 후 치조골의 위축도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성장이 완료될 때까지 공간유지 장치를 사용하면서 몇 년을 지내는 것은 구강위생 관리, 환자의 불편감 측면에서 차선책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미성숙 영구치의 경우, 깊은 우식으로 예후가 불량하고, 향후 재치료 혹은 발치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 시점에서는 치아를 유지할 수 있는 치료를 계획하는 것이 좋다. 그 선택 중, 치아 자체의 치수생활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환자의 협조도 측면에서 내원 횟수가 적은 생활치수치료를 우선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선된 생활치수치료 술식
최근 생활치수치료 술식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세가지이다[
2]. 현미경의 사용, 소독제의 사용, 그리고 칼슘실리케이트 시멘트와 같은 생체친화적인 재료의 사용이다. 각각의 내용에 대해 살펴보면서 미성숙 영구치에서 고려할 요소들도 함께 짚어보겠다.
1. 현미경의 사용, 보이는 만큼 치료할 수 있다.
어떤 치과 치료든 치료부위를 밝은 조명 아래 확대해서 볼 수 있다면, 치료의 질은 달라진다. 근관치료 영역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현미경은 생활치수치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맨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치수 노출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임상가는 치수가 노출되면 붉게 출혈이 되기 때문에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수 노출 부위가 넓은 경우라면 알아채기 쉽다. 그러나 아주 작은 pin point 노출, 더군다나 노출된 직후에는 주변의 상아질과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Fig. 1). 더군다나 미성숙 영구치의 경우에는 치수각이 높게 올라와 있기 때문에 근심 혹은 원심 치수각 노출이 빈번한데, 고배율로 관찰하지 않을 경우 이를 놓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둘째, 현미경으로 노출된 치수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치수가 노출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고 여겨져서 가급적 치수 노출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식을 제거하고 치수가 노출된 경우, 치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처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지혈 유무를 통해 치수의 염증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 현미경 하에서도 치수의 염증정도를 알 수 있는데, 염증에 이환된 치수는 지혈 후에도 다소 흐물흐물한 표면 상태를 보이고 출혈이 스며 나오는 반면, 건강한 치수는 지혈된 표면이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Fig. 2). 부분치수절단술의 경우, 치수의 표면 상태를 보고 치수 제거 정도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치수를 제거하고 건강한 치수만을 남겨서 생활치수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만약 임상에서 현미경을 갖추기 어렵다면, 루빼(loupe)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확대할 수 있는 배율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별도의 조명을 달아서 사용한다면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시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2. 소독된 환경의 유지 그리고 소독제의 사용
근관치료를 할 때 러버댐은 필수 조건이다. 생활치수치료의 경우, 처음에는 우식의 제거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을 간과할 수 있다. 그러나 생활치수치료에서 러버댐의 사용은 더더욱 중요하다. 생활치수치료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충분한 소독(disinfection)이고, 러버댐을 사용해서 타액 및 치은 열구액으로부터의 오염 가능성을 차단시키는 것은 그 첫번째 단계이다.
물론 미성숙 영구치에서 러버댐을 장착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완전히 맹출되지 않아 클램프가 미끄러지기 쉽고, 맞는 클램프를 찾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장착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충분한 마취 후, 치은에 클램프를 위치시키거나, 레진댐으로 치아 주변을 밀봉해서 타액의 누출을 막아주는 것도 좋다(
Fig. 3).
미성숙 영구치에서 타액과 격리된 작업환경을 만들기 위한 또다른 방법은 지지받지 못한 법랑질을 남겨놓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식을 제거하고 남아있는 지지받지 못한 법랑질은, 추후 파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미성숙 영구치는 맹출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치관부 일부가 치은 하방에 존재하기도 한다. 지지받지 못한 법랑질을 제거하게 되면, 치은열구액이 와동 내로 넘어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추후 파절이 예상되는 경우라도 우선 법랑질을 남겨놓게 되면, 치수가 노출되고 다시 수복제로 보호되는 시간동안 튼튼한 울타리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Fig. 4).
타액의 격리가 잘 이루어졌다면, 차아염소산나트륨(NaOCl)을 이용하여 노출된 치수를 소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활치수치료에서 NaOCl의 사용은 지혈을 위해 주로 사용한다. 노출된 치수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으면, NaOCl에 적신 면구을 노출된 치수에 적용하고 5-10분 정도 압박 지혈을 한다. 그러나 지혈 뿐 아니라 노출된 치수를 소독하기 위해서도 NaOCl이 필요하다. NaOCl의 조직 용해 효과가 치수에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다. 그러나 NaOCl은 건전한 조직보다 괴사된 조직을 선택적으로 용해시키기 때문에 치수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4].
2020년, 2021년 Ballal 등은, 우식으로 치수 노출된 치아의 직접치수복조술에서 2.5%의 NaOCl을 이용하여 세척한 경우, 식염수를 이용한 경우에 비해 술후 불편감과 통증을 동반하는 초기 실패가 감소하고, 생존시간은 더 늘어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5,
6]. 따라서 지혈 필요 유무와 상관없이 NaOCl 소독제의 사용은 필요하다.
3. 생체친화적인 재료의 사용
MTA(mineral trioxide aggregate)는 현존하는 치과 재료 중 가장 생체친화적인 재료이다. 1994년 치근단 수술의 역충전 재료로 처음 소개되었지만, 생체친화성을 비롯하여 폐쇄능력, 경조직 형성 능력 등의 장점을 가지면서 치근단 수술 외에도 생활치수치료, 천공 수복, 치수 재생술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7]. 생활치수치료에서도 MTA를 치수복조제로 이용한 경우, 수산화칼슘 제재보다 더 우수한 성공율을 보이고 있다. 그 차이를 조직학적으로 보여준 연구가 있다. Nair 등은 사람의 제3대구치를 이용하여 Dycal
Ⓡ (Dentsply, Charlotte, USA)과 ProRoot MTA
Ⓡ (Dentsply, Tulsa, USA)를 이용한 직접치수복조술을 시행하고 1주, 1달, 3달 후 조직학적 분석을 시행했다. 그 결과, ProRoot MTA
Ⓡ 하방에서는 염증반응 없이 명확한 경조직 barrier 형성이 관찰된 반면, Dycal
Ⓡ 하방에 형성된 경조직 barrier에는 ‘tunnel defect’라고 불리는 다공성 구조가 관찰되었고, 하방에 염증세포 침착도 관찰되었다[
8]. 이러한 조직학적 차이가 장기적인 임상연구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ProRoot MTA
Ⓡ가 소개된 이래 20여년이 지나면서 기존 MTA의 단점을 보완한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되었고 국내 시판중이다(
Fig. 5). 지금은 칼슘실리케이트 시멘트(calcium silicate cement), 바이오세라믹 시멘트 등으로 불리는데, 대부분 긴 경화시간, 변색 문제를 해결한 제품들이다. Biodentine
Ⓡ(Septodent, Saint-Maur-des-Fossés, France)의 경우 아말감혼합기를 이용해 혼합하여 균일한 혼합이 가능하고, 최근에 출시된 ‘premixed type’의 제품들은 재료의 혼합과정에 생길 수 있는 물성의 오류를 줄이는 장점도 추가되었다(Fig.5). 이러한 제품들은 시린지나 캡슐형태로 제공되어 다루기 쉽다는 장점과 함께 기존의 ProRoot MTA
Ⓡ와 유사한 생체친화성, 경조직 형성능력을 가진다는 점이 최근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9].
미성숙영구치를 가진 아동을 치료할 때, 치료 횟수를 줄이고 치료 시간을 줄이는 부분은 중요하다. 또한 성인 환자처럼 환자에게서 협조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술자가 최대한 완전하게 치료를 마무리해주어야 한다. 경화시간이 긴 치수복조제 위에 임시 수복재를 덮고 치료를 마무리하게 될 경우, 미세누출로 인한 실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초기 경화시간이 짧은 시멘트의 경우, 복조제 적용 후 글라스아이오노머 혹은 레진 최종 수복까지 완료하여 술식의 완전성을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한 혼합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시린지나 니들 팁과 함께 제공되어 적용 방법이 용이한 premixed type은 술자에게 편리함을 주면서도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를 줄여주는 장점이 있다(
Fig. 6).
생활치수치료 중 시멘트를 적용할 때는 상아질이 얇게 남은 부위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 좋다. 미성숙 영구치의 경우, 넓은 상아세관의 영향으로 우식이 빠르고 넓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치수가 노출되지 않아도 잔존 상아질이 얇게 남아서 하방의 치수가 붉게 비치는 부위가 있다면, 간접치수복조술을 통해 그 부위를 생체친화적인 재료로 보호해 주는 것이 좋다. 치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상아질 두께는 0.5-2mm로 알려져 있는데[
10,
11], 그보다 얇게 남은 상아질은 상부 재료의 영향으로부터 치수를 완전히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접치수복조술 혹은 부분치수절제술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주위의 잔존 상아질 위로 충분히 시멘트를 적용해주는 것이 권장된다(
Fig. 7).
결론
미성숙 영구치라고 해서 생활치수치료의 원칙이 다르지는 않다. 많은 연구에서 미성숙 영구치 생활치수치료의 높은 성공률을 보고하고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는 술식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미성숙영구치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대면하는 술식상의 어려움은 예상치 못한 실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높은 치수각, 광범위한 와동, 격리가 어려운 치관부 위치, 영구 보철물 제작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를 시작한다면, 술식의 오류를 줄이고,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