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과정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A phenomenological study of burnout and recovery among practice-owner dentists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Dent Assoc. 2026;64(3):63-76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6 March 31
doi : https://doi.org/10.22974/jkda.2026.64.3.002
Department of Dental Education, School of Dentis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Prof. Jung-Joon Ihm Department of Dental Education, School of Dentistry, Seoul National University, 101 Daehak-ro, Jongno-gu, Seoul 03080, Korea Tel: +82-2-880-2343, E-mail: ijj127@snu.ac.kr
Received 2025 December 16; Revised 2026 February 6; Accepted 2026 March 12.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explore how practice-owner dentists in Korea experience burnout, how it intensifies, and how they ultimately recover from it, using a phenomenological approach.

Materials and Methods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twelve practice-owner dentists who had experienced both burnout and subsequent recovery. Interview data were analyzed using Colaizzi’s phenomenological analytic method to extract meaning units, formulate themes, and identify the essential structure of the lived experience.

Results

Analysis revealed a three-stage experiential trajectory: 1) a discrepancy between idealized expectations and the realities of clinic operation, 2) a deepening and collapse of burnout characterized by emotional, physical, and relational deterioration, and 3) a recovery phase involving self-care, environmental adjustments, social support, and identity reconstruction. Triggering events – including challenging patients, legal threats, staff conflicts, and health issues – frequently intensified distress and precipitated an existential crisis.

Conclusion

Burnout recovery among practice-owner dentists emerged as a transformative process in which individuals reinterpreted burnout as an opportunity for self-reflection and reconstructed a sustainable professional identity. These findings underscore the need for personal coping strategies, practical training, and structural support systems to mitigate burnout within this professional group.

서론

의료인은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다루는 전문직이기에 다른 직업군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 의무가 요구되며, 환자의 건강과 사회의 안녕을 증진하기 위해 환자, 보호자, 의료진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의료인의 직무 스트레스는 타 전문직군에 비해 높다고 할 수 있다[1]. 특히 치과의사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통증을 동반한 문제를 호소하며 치과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높은 점, 치과의사 및 개설 치과의료기관의 증가로 인한 치과병(의)원 간의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점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 수준 및 직무에서 느끼는 부담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2]. 국내 치과의사의 우울증, 자살률 등의 지표가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연구[3,4]를 통해서도 이를 추론해볼 수 있다.

개원치과의사는 전문 의료인의 정체성과 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이 결합된 이중적 역할을 가지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 환자 요구 응대, 의료 분쟁의 위험, 장시간 근무로 높은 스트레스와 번아웃(burnout)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번아웃은 직무 환경으로부터 경험하게 되는 만성 스트레스의 축적으로 야기된 심리적 증상을 의미하는 것으로[5] 정서적 탈진, 비인격화, 성취감 저하 등의 차원으로 정의된다[6]. 한편, 번아웃 회복은 연구자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정의되며, 번아웃 이전의 기능 수준으로의 회복을 의미하기도 하고, 나아가 개인적 성숙과 통찰을 통해 더욱 성숙한 존재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7].

국내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을 다룬 Bae(2010) [2]의 연구와 국내 치과의사의 번아웃에 대한 Park 등(2019) [8]의 연구를 종합해 볼 때 국내 개원치과의사 직군의 고도 번아웃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활동 치과의사의 약 70%는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9], 국내에서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을 다룬 연구는 두 편[2,8]의 양적 연구에 불과하며 그 중에서 개원의 집단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한 편뿐이었다[2]. 한국의 개원치과의사는 치과의사 직역 중 다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진 독립된 전문가로 간주되어 학문적 탐구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또한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공감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번아웃의 심화와 회복은 개인의 가치관과 환경에 따라 주관적, 역동적으로 나타나기에 양적 연구만으로는 내밀한 경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본 연구는 생생한 경험(lived experience) 속에 숨겨진 본질적 구조를 탐구하는 현상학적 접근법[10]을 적용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개원치과의사가 겪는 번아웃의 본질을 이해하고, 번아웃 회복이 정체성의 재구성으로 이어지는 전환 과정을 조명함으로써 이들을 위한 개인적 대처와 사회적 중재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연구자가 속한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IRB 승인번호: S-D20250012)을 거친 후 이를 준수하여 시행되었다.

연구 참여자

본 연구에는 목적 표집(purposeful sampling)을 통해 모집된 번아웃과 회복 경험이 있는 개원치과의사 12명이 참여하였다. 참여자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원 이후 번아웃과 회복을 경험한 국내 개원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표집하였다. 성별, 연령, 경력 등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선정하였다. 둘째, 현상학적 연구에서는 참여자가 연구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펼쳐 내어 연구자가 참여자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포착할 수 있어야 하므로 자신의 정보와 경험을 기꺼이 제공하며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였다[10]. 연구 참여자의 대략적인 특성을 살펴보자면, 남성 참여자는 9명, 여성 참여자는 3명이었으며, 참여자 모두 기혼자였다. 개원경력은 4년부터 22년까지였으며, 연령대는 30대부터 50대까지였다. 개원 형태는 단독 개원이 10명, 공동 개원이 2명이었다. 봉직의 고용은 단독 개원과 공동 개원 각 1명이었으며, 1인 단독 개원은 9명이었다. 연구 참여자의 기본정보를 Table 1에 제시하였다.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자료의 수집

본 연구의 자료는 연구 참여자들에게 '번아웃과 회복 과정'에 대한 경험을 듣는 인터뷰를 기반으로 수집되었으며, 인터뷰는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연구참여를 희망하는 대상자에게 연구 참여 전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참여자 선정 요건, 번아웃과 회복에 대한 개념, 연구 방법, 부작용 및 위험 요소, 개인정보보호 방안, 자발적 참여와 철회 안내, 사례 안내 등이 포함된 설명문을 미리 제공하였다. 연구자는 참여 대상자와 사전 연락하여 연구 참여 적합성 여부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인터뷰 전 연구 참여자로부터 연구 참여 동의서에 자필 서명을 받은 뒤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인터뷰 장소와 형태, 시간은 참여자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였다. 인터뷰 전 언제든 답변을 거부하거나 참여를 철회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공지하였고, 편안한 인터뷰가 될 수 있도록 참여자의 비언어적 표현을 파악하고 심리적 어려움이 있는지 관찰하였다.

인터뷰는 1회, 약 60분 가량 진행하였으며, 분석 과정에서 추가 인터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참여자에 한해 추가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인터뷰와 자료 분석을 병행하면서 새로운 의미나 주제가 더 이상 도출되지 않는 자료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는지 확인하였다.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경험을 심도있게 기술하기에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연구자의 판단 하에 12명의 자료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현상학적 연구에서 표본의 크기는 통계적 유의성이 아니라 연구의 목적, 자료의 포화에 의해 결정된다는 기존 문헌을 참고하였다[11].

분석 방법

본 연구는 한국의 개원치과의사들이 경험한 번아웃 체험의 본질을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자료는 Colaizzi(1978) [12]의 분석 방법에 따라 분석하였다. Colaizzi의 방법은 개인적 속성보다는 전체 연구 참여자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해 내는 데 초점을 맞춘 방법이다. 구체적인 단계는 다음과 같다. 참여자의 진술을 전사한 자료를 여러 번 읽으며 의미 있는 진술을 도출하였다. 이를 다시 참여자의 언어로 재진술하고 의미를 끌어낸 후 하위주제, 주제, 주제묶음(theme cluster)으로 위계를 형성하였다. 최종적으로 연구자(들)가 도출한 구조가 타당한지 연구 참여자에게 확인하였다.

연구의 신뢰성

본 연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Schwandt 등[13]이 제시한 신빙성(credibility), 전이성(transferability), 의존성(dependability), 확인가능성(confirmability)을 준거로 삼았다. 우선, 신빙성을 위해 참여자 확인(member checking)을 수행하였다. 이는 분석의 결과로 도출된 개념과 주제가 참여자들의 경험과 관점을 충실히 반영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참여자에게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검토를 요청하였으며, 참여자가 수정을 제안한 경우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개념의 명칭과 주제 표현을 보완하였다. 연구자 해석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분석 과정 중 모호한 분류나 해석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동 연구자와 동료 검토(peer debriefing)를 진행하였다. 다음으로, 연구 결과가 다른 맥락으로 전이될 수 있도록 연구 맥락과 참여자의 특성, 도출된 결과를 심층적으로 기술하였다. 마지막으로, 의존성과 확인가능성을 위해 모든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관하여 감사 추적(audit trail)이 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연구자의 편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분석의 전 과정에서 원자료와 메모, 도출된 결과를 반복적으로 비교 및 대조하며 분석의 중립성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결과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과정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자는 12명의 참여자 심층 인터뷰를 Colaizzi(1978) [12]의 현상학적 연구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642개의 의미있는 진술을 확인하였다. 이에 대해 연구자는 유사한 의미를 병합하여 46개의 의미단위를 도출하였고, 이를 다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 15개의 하위 주제와 6개의 주제, 그리고 최종적으로 3개의 주제묶음으로 위계를 형성하였다(Table 2). 첫 번째 주제묶음은 “개원 전의 기대와 현실의 충돌”, 두 번째 주제묶음은 “번아웃의 심화와 붕괴”, 세 번째 주제묶음은 “번아웃 회복과 개원치과의사 정체성의 재정립”이다. 각 주제묶음과 주제는 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번아웃의 흐름과 회복 과정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상학적 분석의 최종 분석 결과로 도출된 번아웃과 회복과정에서 경험하는 경험세계의 본질은 전환적 경험으로서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경험은 끝이 아닌 개원치과의사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새로운 시작”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각 주제에 따른 기술과 특징적인 발화의 인용, 그리고 본질적 구조 진술은 아래와 같다.

Themes of burnout and recovery experiences

개원 전의 기대와 현실의 충돌

참여자들은 큰 기대를 안고 개원하였으나 이내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쳤다.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두 가지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첫번째 경험은 “기대와 현실의 괴리” 였다. 참여자들은 개원을 준비할 때, 치과의사로서의 역량과 철학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강한 소망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신뢰받는 의료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공유했고, 자신만의 진료 철학, 환자 중심 진료, 윤리적 경영 원칙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또한 안정적인 수입과 지속 가능한 병원 운영을 통해 전문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품고 있었다.

“당연하게 돈도 더 많이 벌고 싶었고, 제가 하고 싶은 진료를 제가 결정해서 하고 싶었고, 저를 보고 오는 치과를 만들어서 그 동네에서 꾸준하게 계속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개원하게 됐습니다.” (참여자 8)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대부분 개원 직후 빠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 개원 환경에서는 참여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복합적 혼란이 나타났다. 악성 환자 경험(폭언, 무리한 요구, 인터넷 악성 리뷰)은 진료의 주도권을 약화시키며 감정적 소모를 유발했다. 또한 건강보험 규제, 잦은 행정 점검, 민원 증가 등 제도적, 사회적 요인은 치과의사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불안감을 조성했다. 개원가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덤핑(저수가 과잉진료)치과[14]의 등장은 전문직으로서의 이미지를 훼손하며 개원치과 의사를 순수한 의료인이 아닌 시장 경쟁 참여자로 만들었다. 이는 참여자들의 전문직 정체성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하였다.

“다른 게 아니고. 이거는 환자들이 오해를 해가지고 막 따지거나 공격하는 거 있잖아요.

말을 해도 말이 안 통하고 막무가내로 무슨 이런 식으로 해놓냐? 막 이러는 거에요. 그런 환자들이 보면은 의사 말은 안 듣고, 우리 말은 안 듣고, 옆집 아줌마나 미장원 아줌마나 아니면 마을에 말발 센 사람한테 그런 말을 듣고 와서 우리한테 따진다거나 이런 게 굉장히 짜증 나는 거죠.” (참여자 12)

“보건소나 어디 공단에서는 하라는 것들로 지침은 매년 계속 늘어나니까. 그걸 다 지키기가 또 쉽지 않거든요.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면서 지키는 게 쉽지 않고 그러니까 자칫하면은 코에 걸면 코걸이고 너 잘못했으면 얼마든지 잘못했다고 이렇게 거기에 속해버릴 수 있는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참여자 10)

두번째 경험은 “다중 역할의 과부하” 였다. 참여자들은 진료 뿐 아니라 경영, 행정, 인사관리, 시설관리까지 모든 영역을 총괄해야 했다. 참여자들은 과도한 진료시간에 더해 매출 압박, 치과위생사와 데스크 직원의 구인난, 장비 관리 및 시설 유지 보수까지 책임져야 하는 현실적 과부하를 반복적으로 언급하였다. 이러한 다중 역할의 부담은 단순한 업무 증가를 넘어 끊임없는 긴장 상태를 초래했고, 쉬어도 쉰 느낌이 들지 않는 상태에 도달하게 했다.

“저 같은 점빵 치과 의사는 진짜 되게 사소한 잡일도 뭐라고 해야 되지. 능력치가 낮은 직원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좀 복잡하고 어렵고 머리를 써야 되는 일은 결국 저한테 다 넘어오는 것 같아요. (중략)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제 공직의나 교수님은 좀 다를 수도 있겠는데, 페이랑 개원이 다른 점은 이제 진료의 최종 책임이 나한테 다 넘어온다는 거죠.” (참여자 6)

“일단 직원부터 구하기가 힘들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 이런 게 이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참여자 9)

경영과 진료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은 “슈퍼 을”과 같은 위치로 참여자들을 몰아갔다. 날로 어려워지는 경영 상황과 심화되는 직원 구인난 속에서 환자와 직원의 요구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참여자들은 권한에 비해 책임만 과도하게 증가한 구조 속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진술하였다. 치과의사(의료인)와 자영업자(사업자) 간의 정체성 충돌이 일어났고, 많은 참여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만큼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부담과 혼란은 번아웃의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작용하였다.

“어떤 재료상들, 거래처들한테는 호구가 되는 것 같고 환자들한테는 을인 것 같고 직원들한테도 을이고 그 다음에 또 자칫하면 또 불법으로 빠질 수 있는 경계선에 서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까 참 애매한 경우가 많아요.” (참여자 10)

“이제 툭툭 기분 나쁜 거는 사실 직원들이죠. 이제 나는 이렇게 너무 머리가 아픈데 뭐 해달라, 뭐 해달라, 월급 올려달라, 뭐 해달라, 뭐 그런 거나, 뭐 또 자기 일 있다고, 불만 있다고 대책 없이 나가 버리면 이제 구인난에 그 구인을 다시 해야 된다는...” (참여자 7)

“오로지 환자의 진료에만 집중을 못하고, 언젠가 이렇게 딱 보다 보니까 내가 환자를 가리더라고. 돈 있는 환자, 돈 없는 환자,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참여자 10)

번아웃의 심화와 붕괴

참여자들은 점차 정서적, 신체적 탈진을 경험하였으며 이는 환자와 직원, 가족과의 관계 변화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점차 예민하고 불안해지며 환자 대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일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나타났다고 진술했다. 감정 조절 능력은 저하되고, 판단력과 집중력 같은 인지 기능 또한 약해졌다. 이는 환자 진료 과정에서 실수를 두려워하게 만들었고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저는 똑같은 말투로 얘기한다고 했는데 직원들이 보기에는 원장님이 얘기하는 말투가 굉장히 짜증이 섞여 있고 (중략) 말투가 약간 거칠고 행동이 거칠고 그리고 원장님이 어떤 중요 사항에 판단할 때 약간 판단을 그때는 미루고, 일을 미루고 이런다고 직원들이 말을 해 주더라고요” (참여자 4)

번아웃은 신체 증상으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두통, 이명, 근골격계 통증, 불면증, 만성 피로는 일상적 불편감을 넘어 업무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였다. 일부 참여자는 “몸이 먼저 무너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신체적 피로가 극심하였다.

“일하다가 중간 중간에 갑자기 이명이 들리고 식은땀이 갑자기 확 나고 그런 신체 증상이 확실히 생겼어요.” (참여자 4)

“이 몸이 아픈 거 이렇게 몸이... 이제 망가져 가는 거를 느끼는 거, 이게 지금은 좀 제일 힘들어요.” (참여자 3)

정서적, 신체적 탈진은 대인관계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환자와의 갈등은 진료에 대한 거부감을 높였고, 직원과의 마찰은 병원 분위기를 악화시켰다. 또한 가족과의 소통은 줄어 들고, 퇴근 후에는 대인 회피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번아웃이 개인뿐 아니라 직장과 가정의 전반적 관계망을 잠식하는 과정임을 보여주었다.

“환자나 직원들 대화할 때 사실은 좀 짜증을 많이 냈어요. 좀 짜증을. 그러니까 내 감정의 여백이, 좀 이렇게 품을 수 있는 여백이 좀 적다 보니까 괜히 별것도 아닌 것으로 화를 내게 되고, 좀 짜증을 많이 부리게 되고...” (참여자 10)

“그때(번아웃)는 직원들과의 관계나 집에서도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않았어요.” (참여자 3)

이미 탈진이 누적된 상태에서 일어난 촉발 사건들은 번아웃을 극적으로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직원의 횡령, 환자 민원, 의료사고와 법적 위협, 건강 이상은 참여자들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느끼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근데 그때 그런 일이 터졌죠. 그 사람 때문에… 그때는 지금처럼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서로 셋이 다 따로 이렇게 (회계를) 하기가 싫은 것도 있고 이렇게 되니까 그 틈을 타서 간호사가 횡령을 한 거죠. 제가 그 간호사하고 또 유난히 친했어요. 뒤통수를 맞은 거죠. 그래서 배신감이 너무 컸었죠.” (참여자 1)

“그때였던 것 같아요. 딱 그 환자한테 시달리던 그 몇 개월 동안 거의 새벽마다 잠에서 깨고 화가 나서, 화가 나면서 새벽에 잠을 깨고, 새벽에 심장이 두근거려서 깨고 그 다음에 일하기 싫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진료하기 싫어지고 그랬어요.” (참여자 3)

“제일 힘들었던 거는 의료 사고가 한 번 있어서 신경 손상, 그게 있었던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게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그 동안에 계속 이제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제일 힘들었던 것 같고 그거 말고는 이제 진상 환자, 진상 환자 중에 한 명이 약간 좀 이상한 사람이라서 그 사람이 경찰에 고소를 해서 검찰까지 가서 검찰에서 혐의 없음인가 하여튼 그렇게 결론이 나는데 그것도 한 1년 걸린 것 같아요.” (참여자 9)

촉발 사건 이후 참여자들은 폐업 충동, 도망 욕구, 삶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감각을 경험했다. 병원 운영에 대한 자신감은 사라지고, 작은 문제도 큰 위기로 느껴지며,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는 느낌이라는 진술이 나타났다. 한 참여자는 “거대한 무언가에게 압도당하는 느낌”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업무 피로를 넘어서는 경험으로 묘사하였다. 일부 참여자는 “폐업을 고민하거나 병원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폐업이나 양도를 고려한 적이 당연히 있죠. 생각만 했죠. 왜냐하면 이걸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결국 가장으로서 생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참여자 4)

“가만히 있어도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번아웃이 왔을 때는 가만히 아무것도 없고 아무도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도 되게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마음이 답답하고 그랬어요.” (참여자 6)

“번아웃이 왔을 때의 정확한 저의 마음 표현은 마치 거대한 폭포에 갇힌 것처럼 너무 커다란 무언가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어요. (중략) 제가 폭포를 멈추고 싶은데 스위치는 소리가 나면 잠글 수 있는데, 근데 이건 잠글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번아웃이라는 거에 내가 압도당한 거에요.” (참여자 1)

번아웃의 회복과 개원치과의사 정체성의 재정립

참여자들은 번아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회복을 위한 실천 전략을 시도하였다. 참여자들은 잔량의 에너지로 자가발전을 하듯이 버텼고, 명상, 운동, 휴식 등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활동을 통해 감정적 고통을 완화하고자 했다. 심리상담, 정신과 치료, 약물 복용 등 전문적 지원을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접근은 감정폭발 빈도를 줄이고 자율적 감정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

“저는 진짜 제일 중요한 거는 명상이었어요. 명상해서 나를 돌아보고, 제가 하는 명상에 대한 공부가 그냥 단순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명상만 하는 게 아니라 알아차리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해서 관계를 바꿔보는 건데 스스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이렇게 저의 내면을 바꿔주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번아웃을 빠져나왔어요.” (참여자 3)

“몸이 처지고 막 너무 우울해지고 하니까 정신과 가서 상담도 했어요. 상담하면서 거기서 이제 상담이 딴 거 있나, 이렇게 해서 스트레스 받고 막 정말 열 받는다 짜증 난다. 막 이거를 막 뱉어내는 거야. 그게 이게 막 말로 이걸 이렇게 뱉어내야 이게 마음속에 이제 나오기 때문에... (중략)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가지고 막 이렇게 좀 구역질이 날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이제 억제해 주는 긴급할 때 먹는, 그런 거 올 때 먹는 약을 받아서 그럴 때 먹거나, 뭐 그런 것도 있었지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참여자 11)

참여자들은 진료 및 경영 세미나 등을 통해 치과 운영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였으며, 이를 통해 근무의 강도를 줄여 번아웃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였다. 전문직 역량 강화와 진료량 조절, 스케줄 재조정, 업무 분담, 시스템 개선, 봉직의 고용과 같은 전략은 실제 직무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은 동시에 새로운 스트레스를 동반하였다. 진료량 감소로 인한 수입 저하, 봉직의 고용 이후 발생하는 진료의 질 관리와 환자 관계 유지의 어려움 등은 참여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이로 인해 참여자들은 몸이 편해지면 마음이 불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지면 다시 몸이 불편해지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개인의 심리적 갈등이 아니라, 효율성과 전문성, 수익성과 책임 사이에서 개원 치과의사가 감내해야 하는 심리적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이러한 또 다른 부담을 수용하고 심리적 평형에 이르기까지는, 기존의 성공 기준과 개원에 대한 기대를 재조정하는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였다.

“나 혼자 모든 스트레스를 감당하다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 일을 분담해보자고 생각해 페이 선생님도 써봤지만, 제가 만족하는 수준과 맞지 않아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중략) 병원을 확장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직원들과 상의해 보니 환자들이 전부 원장님을 찾는 구조에서는 확장이 해결책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제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병원과 저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되었어요.” (참여자 4)

“근데 저는 누군가가 저를 (번아웃에서) 끄집어낼 수는 없고 그러니까, 전 그럴 때마다 좀 그냥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은 아닌 데 그냥 그때마다 그냥 메모 형식으로 써 놓은 게 노트로 되게 여러 개에요. (중략) 그거를 보면 한 몇 년 뒤에 이렇게 꺼내보면 그 당시에 막 고민되고 막 그랬었던 일이 몇 년 뒤에 보면 해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결국 고통스런 순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나름의 의미로 수렴된다는 것을 느꼈어요.” (참여자 2)

가족, 동료 및 선배 개원치과의사,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은 참여자들에게 번아웃 회복 과정에서 핵심적인 지지 체계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지지는 단순한 정서적 위로를 넘어, 참여자들이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하고 현실적인 선택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였다.

특히 동료 및 선배 개원치과의사와의 관계는 참여자들에게 강력한 지지의 형태로 나타났다. 유사한 개원 경험을 공유한 동료와 선배들은 참여자들의 어려움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는 존재였으며, 구체적인 운영 방식, 진료 조정, 인력 관리와 관련된 현실적인 조언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상호 교류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개인의 무능이나 실패로 해석하는 것을 완화하고, 개원 과정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구조적 어려움으로 인식하게끔 도와주었다. 그 결과 참여자들은 고립감에서 벗어나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경험하였다.

“직원들한테도 사실 직원이니까 이런 것도 있었지만 이런 걸 겪고 나를 지지해 주고 오히려 병원에서 도와주고 저의 결정에 있어서 되게 많이 참고를 하게끔 해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이 직원들이 정말 나한테 소중한 직원들이구나. 생각을 하게 되고 같이 모임하는 동료 개원 선, 후배들도 보면 같이 얘기하고 이 사람들이 확실히 나의 상태나 나에 대해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그걸 느꼈을 때 되게 고마웠어요.” (참여자 4)

“그런 게 조금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선배 선생님과 후배 선생님들 간의 그런 모임 같은 걸 만든다든가, 그렇게 하면 도움을 서로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도움을 안 주더라도 같은 치과의사끼리 말하고 나면 좀 시원하니까...” (참여자 1)

정서적 안정이 회복되면서 참여자들과 환자 사이의 라뽀(rapport, 유대감)가 다시 형성되었다. 번아웃이 심화되었던 시기에는 환자와의 상호작용이 긴장과 부담으로 인식되었고, 민원이나 갈등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료 과정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두려움은 점차 완화되었으며, 참여자들은 환자를 치료 과정의 동반자로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진료 중 대화가 보다 자연스러워지고, 환자의 질문이나 반응에 여유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정서적 회복이 임상적 관계 맺음의 방식 변화로 이어졌음을 보여주었다.

“(번아웃이 회복된 이후에는) 당연히 이제 환자한테 대화할 때도 계속 오던 단골 환자 같으면 이미 오래 다닌 몇 년 이상 다닌 사람들이니까 뭔가 이렇게 진료 외적으로 대충 내용을 알잖아요. 그러면 환자한테도 사적인 질문도 좀 하고 대화도 하고 이런 게 이제 많이 늘어난 시기였어요. 그 시기 이후로 (대화가) 많이 늘어났어요. 그게 늘어나니까 이제 환자도 점점 소개 환자가 늘고 그게 선순환이 되더라고요.” (참여자 9)

“어느 환자를 보면서 신나지거나 아니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잘 돼서 이 환자한테 얘기를 하면 금방 이렇게 금방금방 이렇게 합이 맞는 거예요.” (참여자 2)

참여자들에게서 번아웃은 실패나 개인적 한계로 귀결되기보다, 자신의 삶과 전문직 수행 방식을 성찰하게 된 계기로 해석되었다. 이들은 번아웃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과 한계, 가치관을 보다 현실적으로 재정렬하였으며, 이전에 당연하게 여겼던 성공 기준과 역할 기대에서 한 발 물러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비교와 과도한 책임에서 벗어나 자신이 감당 가능한 수준을 수용하려는 인식 전환을 포함하였다. 그리고 인식의 전환은 점진적 성장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제 이런 일 겪고 좀 많이 내려놨다고 해야 되나 좀 내려놓고 그러면서 이제 좀 자족한다고 해야 되나 좀 이렇게 많이 내려놓으면서 이제 좀 스스로 자족하는 그런 노력을 좀 하고 있고 절대 좀 주변하고 비교하지 말자. (중략) 이제 사람이 비교할 때 제일 불행해지잖아요. 근데 비교를 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런 깨달음이 좀 있더라고요.” (참여자 10)

“좀 이제 일에 대해 적정선을 두는 거지요. (중략) 그러니까 내가 모든 걸 다 책임져야 되는 게 아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 (중략) 담담해졌다고 해야 되나 그냥 10개가 있으면 8개? 그래 다 잘하면 좋겠지만 한 80%만 되어도 만족하자.” (참여자 11)

회복 단계에서 참여자들은 환자 중심 진료가 자신에게 지니는 의미를 깨닫고, 전문직으로서의 자부심과 개원치과의사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탈진의 원인으로 인식되었던 환자와의 관계가, 회복 과정에서는 신뢰와 상호 이해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하였으며, 이는 임상적 만족감과 전문직 정체성 회복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은 번아웃 이전 상태로의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개원 현실을 통과한 이후 형성된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문직 정체성의 재정립으로 나타났다.

“환자와의 관계에 신경 쓸 때 중요한게 어떤 거냐면 ‘환자 말을 좀 들어줘라’ 에요. 사실 문제가 생겨도 들어주면 돼요. 이 환자가 푸념하면 들어주면 돼요. 들어주면 환자와 관계가 더 좋아지고 더 이상 문제가 발전되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어요. (중략) 이 사람(환자)은 결국은 날 도와주는 사람이야. 이렇게 생각하니 환자가 고마운 존재라고 느껴졌어요.” (참여자 4)

“근데 제일 중요한 건 임상을 하니까 환자를 봐야 될 거 아니에요. 환자를 볼 때 꼭 진료의 퀄리티가 먼저여야 된다는 거죠. 진료의 퀄리티가 기본이 된 사람만 환자의 라뽀를 논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어요. (중략) 진료 자체가 엉망인 사람이 돈을 벌어봐야 모래성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하거나 금방 무너집니다.” (참여자 5)

“이렇게 좀 벗어나면서 느끼는 건데 약간 좀 크지는 않지만은 내 일에 대한 소명감 또는 사명감 이런 것들도 조금씩 좀 되살아나는 것 같고 그래서 부족하지만은 내가 분명히 이렇게 이 일이 나한테 주어졌고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분명히 좀 있을 거고 거기에 따른 내가 어떤 해야 될 사명의식이나 소명 의식 이런 것들도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참여자 10)

본질적 구조 진술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은 전문직으로서 품고 있던 이상적인 기대와 개원 환경의 복합적인 현실 압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치과의사는 개원을 통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며 환자 중심의 진료철학을 실현하고 경제적 윤택함을 기대하지만, 실제 개원 환경은 직원 구인난, 민원, 보험 규제, 경영 부담, 경쟁 심화 등 진료 외적 업무가 과도하게 요구되는 구조적 현실로 구성된다. 이 괴리는 개원치과의사로 하여금 의료인과 사업자라는 이중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경험하게 하며,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통제감을 점차 잃게 만든다.

이러한 통제감의 상실은 진료, 경영, 인사, 행정이 동시에 요구되는 다중 역할의 과부하로 연결되고, 끊임없는 긴장 상태 속에서 치과의사는 정서적, 신체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탈진을 경험한다. 진료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며, 환자, 직원, 가족과의 관계는 점점 단절된다. 몸은 불면, 두통, 만성 피로 등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경고를 보내고, 마음은 무기력, 불안, 혐오, 분노 등 통제하기 어려운 감정들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치과의사가 마주하는 촉발(trigger) 사건(공격적 환자, 의료 분쟁, 직원과의 심각한 갈등, 건강 이상 등)은 이미 누적되어 있던 번아웃 상태를 폭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촉발 사건은 그동안 버텨온 마지막 안전선을 무너뜨리며, 개원치과의 사는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없다고 느끼는 실존적 붕괴를 경험한다. 이는 단순히 업무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더 이상 치과를 끌고 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동반하는 정체성의 근본적 동요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붕괴의 순간은 동시에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 개원치과의사는 남아 있는 잔량의 에너지를 태워가며 감정적 고갈과 신체적 부담을 견디기 위해 명상, 운동, 휴식, 상담 등 자기 돌봄으로 정서적, 신체적 회복 전략을 시도하고, 전문직 역량 강화, 진료량 조절, 봉직의 고용, 시스템 재정비 등을 통해 환경적, 구조적 조정을 시도한다. 이는 업무 효율화를 통해 부담을 제거하는 직관적 해결이 아니라, 효율성과 전문성, 수익성과 책임 사이의 긴장을 인식하고 이를 감내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재조정하는 경험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과정은 기존의 성공 기준과 개원에 대한 기대를 재구성하는 인지적 전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가족, 동료 개원치과의사와 신뢰할 수 있는 직원 등의 지지는 고립감에서 벗어나 감정적 안정과 회복의 동력이 된다. 특히 선배 개원치과의사들과의 소통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공감과 현실적인 조언을 가능하게 해준다. 시행착오와 실패 경험을 숨기지 않고 나눌 수 있는 동료 관계는 번아웃 경험을 개인의 무능으로 자책하지 않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회복 과정은 개원치과의사에게 단순한 기능 회복과 치유의 개념을 넘어서 자기 재해석과 직업적 정체성의 재구성을 의미한다. 개원치과의사는 과거의 무리한 이상과 비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자기 역량에 맞는 업무 조절, 환자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 자기 돌봄과 성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번 아웃 경험은 실패가 아닌 성장의 계기로 재해석 되며, 개원치과의사는 보다 현실에 기반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문직 정체성을 다시 구축하게 된다.

이상의 본질적 구조 진술을 바탕으로,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경험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는 하나의 과정적 궤적으로 Figure 1에 제시하였다.

Figure 1.

The three-stage experiential trajectory of burnout and recovery among dentist-owners.

고찰

본 연구에서는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경험을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탐색하였다. 분석결과, 번아웃과 회복 경험은 3단계의 경험적 흐름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이에 각 단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1단계인 “개원의 기대와 현실의 충돌”에서는 치과의사가 개원을 통해 기대했던 전문직 자율성과 진료 중심의 업무 환경, 그리고 경제적 윤택함과 실제 현실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Gil과 Ihm(2024)의 독립된 치과의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선행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개원 전의 치과의사들은 수련과 봉직의 생활을 경험했으나 독립된 치과의사로서 감당해야 하는 경영과 행정에 대한 부분들은 미처 경험하거나 정식으로 교육받지 못한 것들이었다[15]. 개원 전 선배 개원의들을 통해 조언을 듣고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확보하지만 실제 개원의 현실은 그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녹록지 않았다. 또한 진료 외 업무에서 비롯되는 중압감과 낮아진 치과의사의 사회적 위치, 개원가의 경쟁과 생각보다 저조한 수입, 그리고 1차 의료기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만성 직무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번아웃의 요인이 되었다.

둘째, 2단계인 “번아웃 심화와 붕괴”는 누적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반응, 정서적 반응, 본격적인 번아웃 증상의 발현, 그리고 촉발 사건 이후 정체성의 붕괴 과정을 포함한다. Maslach 등(1981)은 번아웃을 정서적 탈진, 대인관계의 비인격화, 그리고 성취감 저하의 세 가지 차원으로 정의한 바 있다[6]. 본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이 경험한 신체적, 정서적 반응과 번아웃 증상 발현 과정에서 이러한 세 가지 차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에 의한 신체 반응으로는 심계항진, 흉통, 불면, 만성 피로, 두통 등과 같은 교감신경 항진 반응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상태는 장기적으로 심혈관계 및 면역계의 급·만성 소모성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16]. 또한 일정한 자세와 동작을 반복하는 치과 진료 특성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었다[17]. 정서적 측면에서도 예민함, 불안, 우울과 같은 반응이 나타났으며, 이러한 신체적·정서적 스트레스 반응은 만성적으로 축적되어 결국 탈진과 무기력 상태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태는 번아웃의 첫 번째 차원인 정서적 탈진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6].

이후 인지적·대인관계적 반응으로 나타난 환자, 직원, 가족과의 의사소통 어려움, 갈등 증가, 대인관계 회피 경향은 번아웃의 두 번째 차원인 대인관계의 비인격화와 관련되는 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6]. 더 나아가 일에 대한 혐오감, 정서적 탈진 이후 지속되는 무기력감은 번아웃의 세 번째 차원인 성취감 저하와 연결되는 특징으로 파악할 수 있다[6].

촉발 사건으로 인한 정체성의 붕괴는 모든 참여자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난 경험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를 경험한 참여자들에게 해당 시점은 심리적·직업적 어려움이 가장 극대화된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참여자와 주변인이 번아웃의 심각성을 가장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또한 이 시점은 번아웃 경험이 단순한 고통의 정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복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이었다.

셋째, 3단계인 “번아웃 회복과 정체성의 재정립”은 개원치과 의사들이 다양한 회복 전략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균형을 되찾고, 전문직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회복 시도는 단순한 휴식이나 시간적 거리 두기에 그치지 않았다. 참여자들은 적극적인 자기 돌봄과 자기성찰을 통해 회복 시도를 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직무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전문직 역량강화와 진료량 조절, 업무 분담 및 병원 시스템의 재정비 등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직무 재구성(job crafting) 노력은 번아웃의 메커니즘(mechanism)을 설명한 Demerouti 등(2021) [18] 의 직무 요구-자원(job demand-resource; JD-R) 이론과도 일치하는 면을 보여주었다. 직무 재구성은 직무를 주도적으로 변화, 조정하여 더 의미 있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행동적 전략이며, 번아웃의 원인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16]. 개원치과의사 스스로가 주어진 직무 요구에 맞서 본인 만의 길을 개척하는 직무 재구성이라는 하향식 접근방식을 사용했다는 것은 지속 가능한 직무의 유지, 발전을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적지 않은 내적 갈등을 겪었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실천방식을 찾기 위해서 개원 구조 전반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최선보다는 차선을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최종적으로 직무열의(Job Engagement)로 이어지고 참여자들은 직업의 소중함과 사명감을 깨닫고 개원치과의사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과정은 개원의 기대와 현실의 충돌 속에서 정체성이 붕괴되었다가, 이 후 회복 전략을 통해 재구성되는 일련의 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방주사가 독감을 완전히 막을 수 없으나 그 증상을 되도록 부드럽게 넘기도록 도와주듯이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 또한 완전한 예방은 불가능하나 그 정도를 완화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는 있다. 본 연구를 통해서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은 진료 능력 자체의 문제보다는 대인관계와 임상외적 문제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번아웃의 예방과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인적 대처와 사회적 중재를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개인적 대처로서 자기 돌봄의 중요성을 들 수 있다. 특히 신체적 돌봄의 측면에서 볼 때, 참여자들의 경험에서 나타나듯이 단순한 휴식보다는 적극적인 신체활동이 보다 효과적인 대처 방식으로 작용하였다. Dyrbye 등(2017) [19]은 미국의 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양적 횡단연구를 통해,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제시한 성인 신체활동 가이드라인, 즉 주당 150분 이상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이 번아웃 감소와 삶의 질 향상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의과대학생에 국한되지 않고, 개원치과의사와 같이 높은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의료인 집단에도 적용 가능한 건강관리 지침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정서적 돌봄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개원 선후배와의 적극적인 지지 추구, 정신과 치료 및 심리상담과 같은 전문적 도움은 번아웃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최근 상담심리학 영역에서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 번아웃 회복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내적 자원으로 주목 받고 있다. 마음챙김은 “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되 판단하지 않고 수용하는 태도” 로 정의되며[20], 정서적 고통이나 스트레스 자극에 대한 자동적인 반응을 완화하고 자기 인식과 감정 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의료인이나 상담자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선행 연구에서도 마음챙김 명상 등을 포함한 훈련을 통해 마음챙김 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와 정서적 탈진이 감소하고, 자기연민(self-compassion)과 공감적 태도가 향상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21,22].

둘째, 또 다른 개인적 대처로서 자기 성찰과 전문직 역량 강화의 중요성이다. 참여자의 경험에서 확인되었듯이, 자기 성찰과 직무 재구성은 분리된 과정이 아니라 상호 순환적으로 작동하며 번아웃 회복을 추동하였다. 자기 성찰은 현재의 업무 부담과 역할 기대, 그리고 개원에 대해 암묵적으로 받아들여온 성공 기준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었고, 이러한 문제 인식 없이는 어떠한 직무 재구성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직무 재구성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개원 환경에 적용 가능한 방식을 찾기까지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경험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인지 재구성을 통해 기존의 역할 기대와 업무 기준, 성공에 대한 인식을 재조정하였고 그렇지 못할 경우 또 다른 탈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원 생활 중 전문직 역량 강화는 단순한 자기개발이나 선택적 학습이 아니라, 직무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는 실천적 조건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진료 및 경영 세미나, 학회 활동, 임상·비임상 주제의 소규모 토론 모임 참여는 개원 환경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이는 실제 개원 현실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선별되고 비판적으로 수용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혼란과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개원치과의사에게 요구되는 전문직 역량 강화는 임상은 물론이고 세무·노무, 마케팅, 기구·장비·설비, 건강보험, 커뮤니케이션, 의료분쟁의 이해와 같은 비임상 역량을 포함하여, 자신의 개원 환경에 맞게 적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실천 중심의 학습이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동료 개원의와 교류를 통한 사례 공유나 멘토링 등을 취사 선택하여 개원 환경에 맞게 되새김시킬 수 있다면,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개원 환경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정상화할 수 있는 학습 자원이 되어 전문직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자기 성찰을 통한 인지 재구성과 이에 따른 학습을 통한 전문직 역량 강화는 직무 재구성을 통해 개원치과의사가 번아웃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회복되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직무를 영위하게끔 해주는 주요한 대처가 될 수 있다.

셋째, 사회적 중재 차원에서는 교육기관인 치과대학(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치과대학(원)에서는 대부분의 졸업생이 향후 1차 의료기관의 장으로 근무하게 될 가능성을 고려하여, 임상 치의학 교육뿐만 아니라 개원 환경에 적합한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사 관리, 조직 운영, 재무 의사결정, 건강보험 제도 이해, 커뮤니케이션, 의료 분쟁 대응과 같은 비임상 영역은 임상 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교육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23]. 더불어 진로 교육의 일환으로 개원 선배들과 연계한 현실 중심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개원 준비부터 실제 운영 과정까지를 단계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개원 전 단계 실습 프로그램을 선택 과목이나 워크숍 형태로 제공한다면 향후 개원치과의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멘토링 프로그램은 Kan(2011) [24]의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진로 지도형 멘토링 프로그램’과 같이 단순한 경험 공유를 넘어, 개원 준비 단계부터 초기 개원 운영 단계까지의 실제 의사결정 과정을 함께 학습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원 입지 선정, 초기 투자 및 자금 운용 계획, 세무, 인사 관리 및 조직 운영, 건강보험 청구 및 행정 실무, 의료 분쟁 대응, 환자 및 직원 관리 등 실제 개원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 중심의 사례 기반 멘토링이 포함될 수 있다. 또한 개원 초기 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인 상담 또는 소그룹 멘토링 형태로 운영된다면, 개원 초기 적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부담과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트레스 관리와 자기 돌봄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역시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사회적 중재 차원에서 치과의사의 직능 단체인 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의 정책적 역할 역시 중요하다. 개원 환경에서 경험하는 번아웃의 주요 요인이 행정기관의 규제와 요구, 비현실적인 건강보험 수가 구조, 민원 및 소송 위험, 과당 경쟁, 덤핑 진료[14]를 유도하는 시장 환경 등과 같은 사회·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치과의사의 직능단체로서 치협의 정책적 개입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각종 규제의 합리적 개선, 건강보험 수가의 현실화, 치과의사의 전문직 신뢰도 향상, 법적 보호 체계 강화, 자율 징계 시스템의 실효성 확보, 적정 수준의 인력 배출 정책, 치과 보조 인력 수급 안정화 정책 등은 치과의사의 직무 환경 개선과 번아웃 예방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치협은 회원의 현장 경험과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제안과 협의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치협은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회원들의 분쟁 대응 과정에서 자문과 지원을 제공해 왔다[25]. 향후 이러한 지원 기능을 더욱 확대하여, 영국치과의사협회가 시행하고 있는 “비밀 상담 전화[26]”와 같은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선 개원가에서 가장 작은, 동네 단위 소모임인 ‘반모임’을 활성화시키고 신규 개원치과의사들이 긍정적으로 참석할 수 있는 각종 혜택을 부여하여 독려한다면 경쟁 구도와 고립감에서 벗어나 개원치과의사의 정신 건강과 웰빙(well-being) 증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치협이 주관하고 있는 보수교육 역시 임상 중심 교육에서 나아가, 정신 건강 관리와 스트레스 대응 역량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27].

본 연구는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 경험과 회복 과정을 현상학적 접근을 통해 탐색함으로써, 개인의 내밀한 경험 속에서 드러나는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경험은 단순한 스트레스 극복을 넘어, 개원 현실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전문직 정체성과 역할 기대를 재조정하고 보다 성숙한 전문직 수행 방식으로 나아가는 변화 과정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안정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대처뿐만 아니라 개원 환경에 적합한 교육과 사회·제도적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의 대상인 개원치과의사는 치과의사 직역 중 다수를 차지하며, 의료인과 사업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집단이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가 모든 치과의사의 번아웃과 회복 경험을 대변할 수는 없으며, 해석에 있어 신중함이 요구된다. 본 연구는 개원치과의사의 번아웃 뿐만 아니라 회복 경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넓게 바라보며, 경험의 의미와 대처 그리고 중재를 찾고자 하였다. 그래서 번아웃과 회복을 경험한 개원치과의사를 대상으로 목적 표집을 실시하였고, 번아웃 이후에도 개원의 역할을 지속해야만 했던 치과의사의 회복과정까지 주의를 기울였다. 따라서 번아웃으로 인해 개원을 중단하거나 임상 현장을 떠난 치과의사의 경험은 포함하지 못하였다. 이는 본 연구 결과의 제한점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개원치과의사는 진료 환경, 조직 규모, 지역사회 맥락, 개인의 자원 등에 따라 매우 이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집단이며, 인종, 성별, 직역, 국적과 같은 사회적 배경에 따라 개인의 사회적 상호작용과 번아웃 경험 역시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보편적 결론으로 일반화되기보다, 한국 사회라는 특정 맥락 속에서 개원치과의사가 번아웃을 경험하고 회복해 나가는 하나의 경험적 유형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번아웃 관련 연구는 영미권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며,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본 연구와 같은 치과의사의 번아웃 경험과 회복에 대한 질적 연구는 드문 편이다. 번아웃에 대한 질적 연구는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에서 치과의사만의 고유한 반응을 보다 면밀히 살펴, 그에 따른 회복과 대처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질적 연구의 과정에서는 연구자의 주관적 해석이 개입될 수밖에 없음으로 후속 연구에서는 앞서 밝힌 본 연구의 한계를 포함하여, 좀 더 다양한 환경과 직역에서의 치과의사 번아웃 관련 연구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Maslach Burnout Inventory (MBI) [6]와 같은 타당화된 기존의 측정 도구를 활용한 연구가 요구된다. 또한, 번아웃의 시작부터 회복까지의 상태를 측정하면서 참여자 경험을 심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양적·질적 혼합 종단연구가 체계적으로 수행된다면 국내 치과의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인의 번아웃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는 번아웃에 대한 개인적 대처와 회복을 지원하는 사회적 중재를 마련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Notes

Conflicts of Interest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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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ure 1.

The three-stage experiential trajectory of burnout and recovery among dentist-owners.

Table 1.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o. Sex Age (years) Graduation Highest degree Residency training Years in practice Years as a practice owner Type of ownership Location of office
1 F 50s College of Dentistry Bachelor's x 33 20 Partnership Gyeonggi
2 F 50s College of Dentistry PhD x 33 20 Solo Gyeonggi
3 M 40s College of Dentistry PhD o 19 13 Solo (hiring associate dentist) Gyeonggi
4 M 40s College of Dentistry Bachelor's o 20 13 Solo Seoul
5 M 40s College of Dentistry Master's o 18 11 Solo Gyeonggi
6 F 40s School of Dentistry Master's o 10 4 Solo Ulsan
7 M 30s College of Dentistry Master's o 14 6 Solo Gyeonggi
8 M 40s School of Dentistry Master's o 15 8 Solo Gyeonggi
9 M 50s College of Dentistry PhD x 23 20 Solo Daegu
10 M 50s College of Dentistry Bachelor's x 23 22 Solo Gyeonggi
11 M 50s College of Dentistry Bachelor's x 23 22 Solo Daegu
12 M 40s College of Dentistry Master's o 20 9 Partnership (hiring associate dentist) Gyeongnam

Table 2.

Themes of burnout and recovery experiences

Theme cluster Theme Sub-theme Meaning units
Conflict between pre-opening expectations and reality Gap between expectation and reality Expectations before opening Contributing to the local community
Realizing clinical/management philosophy
Economic stability
Disastrous reality of opening Experience with malicious patient Overflow of regulations and complaints
Excessive competition and collapse of professional image
Overload of multiple roles Burden of concurrent clinical, management, administrative, and facility tasks Time pressure in practice / Dissatisfaction with treatment
Financial pressure
Difficulty in staff recruitment
Challenges in facility management
Loss of control and role confusion Vulnerable position
Identity conflict between dentist and self-employed business owner
Deepening of burnout and collapse Exhaustion and worsening of relationships Emotional/cognitive exhaustion Sensitivity / Anxiety
Depression / Lethargy
Aversion to work
Fear of patients
Physical exhaustion Musculoskeletal pain
Headache
Insomnia / Chronic fatigue
Worsening of relationships Conflicts with patients
Conflicts with staff
Distance from family
Interpersonal avoidance
Collapse of the threshold Triggering events Embezzlement by staff
Medical accidents and legal threats
Health problems
Despair and loss of control Impulse to close the practice
Desire to escape
Sense of life collapse
Recovery from burnout and redefinition of professional identity Action strategies for recovery Self-care Meditation/Exercise/rest
Psychiatric treatment/psychological counseling
Environment and job crafting Enhancing professional competency
Adjusting patient volume/improving systems
Hiring associate dentist
Self-reflection Acceptance of reality/cognitive restructuring
Looking into one's inner self
Seeking social support Support from family
Support from peer practice-owner dentists
Support from competent staff
Restructuring identity Emotional and relationship recovery Restoring rapport with patients
Emotional stability
Recovery of self-confidence
Rediscovery of professional meaning Reinterpretation of burnout and growth
Patient-centered care
Restoring professional pride
Reconfirming the role of practice-owner dentists